쉬운 이별 외로움의 온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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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별하는 딸이 안쓰러운 어머니는 며칠 전 딸이 먹고 싶다던 반찬을 준비하고 식탁에선 웃음기 잃은 딸을 위로하고픈 아버지가 조심스런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가족이 또 다시 내 이별을 함께 겪는다. 결국 죄송한 마음이 늘어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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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별이 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. 누구와 어떤 이별을 하든 헤어짐은 늘 아팠다. 짧은 한때나마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. 그런 사람과 헤어지면서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. 이별은 갑작스레 왔다. 그리고 아픔은 서로가 원하는 걸 서로가 줄 수 없다는 깨달을 때 한번, 그리워해도 다시는 그 사람에 닿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데 또 한번, 꾸준하게 찾아온다. 가슴에 구멍이 나는 것 같은 아픔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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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이별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자르는지 알 것 같다. 거울 속의 내가 어제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다. 이제 달라질 내 모습을 믿어보고 싶다. 헤어짐 뒤에 오는 시간들이 이 머리카락들처럼 조금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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네가 이렇게 나를 떠나면 이대로 죽어버리겠다 말한 이도 있었다. 긴 시간을 두고 기다릴 테니 먼 길을 돌아서라도 돌아오라 한 이도 있었다. 이별 후 홀로 떠난 여행에서의 추억을 주섬주섬 챙겨 선물꾸러미를 보낸 이도 있었다. 너 때문에 이제 이후의 삶은 다시 예전처럼은 돌아갈 수 없을 거라 한 이도 있었다. 난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. 모든 게 지나가리란 걸 알고 있었고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고도 답해주었다.
뒤늦게 열병처럼 사랑을 앓던 시절, 내가 주는 상처에 한껏 지친 표정으로 헤어지며 그는 내게 말했다. 대부분 이미 지난 사춘기를 넌 이제야 겪는구나. 이미 서른이 지난 나이였다.
지금 아픈 것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. 그를 사랑했다고도 말 못하겠다. 다시 시작했을 때 잘할 자신도 없거니와 그걸 원하는지도 사실 모르겠다. 그냥 아프다. 누군가를 앞으로의 날들 중 일부를 함께할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나면 그걸 애써 부인하고 다시 지워야할 떄 훨씬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. 어느 정도 자신을 버려야 하기에 아플 수밖에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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헤어질 때 냉정했던 그의 모습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.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없고, 돌려주고 싶은 것들도 돌려줄 수가 없다. 그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. 지난 추억 따위, 실패한 경험이자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발판일 뿐 그리워하거나 돌아볼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이니까. 그는 나와 같지 않을 것이다. 결코, 나를 그리워하며 잠못드는 밤이 그에겐 없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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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을 뜨면 자꾸 이별한 사실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.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불쑥, 이를 닦다가도 불쑥, 이제 더 이상 아무렇지 않게 뭐해, 라는 안부를 물을 수도 소소한 내 일상을 나눌 수도 없단 사실이 떠올라 순간 멍해진다. 무엇보다 내 삶의 균형의 한쪽 끝을 잡아주던 이가 이제는 더 이상 곁에 없다. 그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그 사람이 있던 자리에 다른 누구를 앉혀야 하는 건지 그냥 가슴 한켠에 구멍이 난 채 버텨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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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맛을 잃어 살이 좀 빠지고 길을 걷다 한번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채 큰 숨을 들이쉬게 되고 흔하디 흔한 사랑노래를 듣다 생각도 못한 순간에 눈물이 주륵 흐르고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술자리에서 옛생각에 빠져들게 될 때 그래서 차라리 다른 생각할 틈없이 바쁜 일상이 그리워져야 - 그런 시간들이 몇 번을 지나야 비로소 일상에서 이별을 털어낼 수 있을 거다. 아직은 한참, 그 시간을 버텨야 한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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